우주 시대, 데이터 주권이 국가 경쟁력...수십 개의 지구 관측 위성 띄울 것
- psj395
- 1 day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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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와 ‘뉴 스페이스(New Space)’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우주개발이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다. 과거 우주개발은 막대한 소요 예산으로 인해 군사·정책적 목적이 전제돼야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위성·발사체 개발은 대부분 정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만 이뤄졌다. 기술 개발 역량과 자본 규모에서 민간이 진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최근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재사용 발사체를 통한 발사 비용 하락, 초소형 위성 플랫폼 확산 등 기술 패러다임 변화가 민간 참여의 문턱을 빠르게 낮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발맞춰 뉴 스페이스 생태계 형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까지 직접 위성을 제작·운영하고 발사체 기술에 도전하는 흐름이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기술 영역에서는 정부 기관보다 더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민간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우주산업이 폐쇄형 정부 프로젝트에서 시장 중심의 경쟁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 개막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26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주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위성 데이터를 갖고 있고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산업 성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우주 관측·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2012년 설립된 국내 인공위성 및 우주 데이터 분야 벤처기업이다. 최 대표는 항공우주연구원 출신으로 해당 기관 재직 중 여러 해외 기업과 협업하는 활동을 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글로벌 우주기업들은 위성을 만드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위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 활용·분석에 사업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반면 국내는 전체 우주항공 예산의 대부분이 위성 개발에 투입되던 시기였다. 최 대표는 이 간극이 결국 산업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 것으로 봤고 한국에도 ‘위성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창업을 선택했다.
최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창업 초기부터 자본 투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성 데이터 분석 사업에 집중했던 덕분에 흑자를 기록했고 이 기조는 약 7~8년 동안 유지됐다. 여러 대기업과 기관으로부터 투자 혹은 협력 러브콜도 이어졌다. 당시로서는 인공위성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 거의 없었던 까닭에 한컴인스페이스와 협력하려는 제안이 많았던 것이다. 협력 제안사 중 한 곳이 한글과컴퓨터다. 한컴인스페이스의 전신은 인스페이스로, 2020년 한컴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수십 개의 위성을 띄워 30분 단위 한반도 관측
한컴인스페이스에 사업적으로 큰 변화가 시작된 시기도 이때부터다. 한컴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면서 자체 위성 개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외부 위성 데이터만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위성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자체 위성을 띄워 직접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해외에서 위성 데이터 등을 공급받다 보니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실시간 데이터가 아닌 며칠 전 데이터를 제공받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우리가 직접 위성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다 보면 앞선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생각돼 자체 위성 개발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한컴인스페이스의 자체 위성 ‘세종 1호’와 ‘세종 2호’다. 각각 2022년, 2025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발사됐다. 세종 1호는 당시 지구 관측용 첫 민간 위성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또 한컴인스페이스는 ‘세종 4호’를 국산 발사체인 누리호에 실어 발사한다. 세종 4호는 6유닛(U)급 초소형 위성으로 고도 600㎞의 저궤도에서 영상을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위성은 약 90분에 한 번씩, 하루 14~16회 지구를 선회한다. 기존 1호와 2호는 외부 위성 플랫폼에 들여와 일부 수정만 했다면 4호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와 국산화된 하드웨어를 통해 탄생한 위성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세종 3호도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내년 2월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어 우주에 띄울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