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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주민대피명령보다 산불이 빨랐다

  • Writer: Ayul
    Ayul
  • Mar 31
  • 2 min read
인명피해 못막은 주민대피체계 산불 확산속도 전혀 예측 못해 진화장비·전문인력 확충도 과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인명피해 75명, 산림 피해면적 4만8238㏊, 주택 등 피해시설 6192동, 이재민 1만9406명. 지난 21일부터 열흘 가까이 영남지역을 휩쓴 대형산불이 할퀸 상처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자 산불 대응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 대피체계부터 진화장비 확충까지 전방위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잔불과의 싸움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주택에서 발생한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안동 연합뉴스
잔불과의 싸움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주택에서 발생한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안동 연합뉴스

3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영남지역 산불이 남긴 가장 큰 문제는 대형 인명피해다. 사망 30명, 부상 45명 등 인명피해가 75명 발생했다. 이 가운데 25명이 경북 북부지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제때 대피하지 못하거나, 대피하는 중 도로나 차량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주민대피 체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초속 10~20m의 태풍 수준 강풍 때문에 산불 확산속도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주민대피명령을 발동했을 때는 이미 산불이 번진 이후였다. 경북도 관계자는 “세차례에 걸쳐 주민 긴급대피 행정명령을 발령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했지만 산불은 이보다 빨랐다”고 해명했다.


재난문자에 의존한 대응도 문제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인 농촌 상황을 고려하면 재난문자를 보고 대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영덕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주민 100여명이 불길을 피해 대피하다 방파제에 고립된 사고 또한 정확한 대피 안내가 없어서 발생했다.


경북도가 잇단 집중호우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경북형 재난대피 체계를 만들었지만, 이번 산불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름철 집중호우 때는 기상 예보에 맞춰 24시간 전 대피가 가능할지 몰라도 불과 한두시간 만에 불어닥친 불길에 대응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경찰·소방·지자체·주민이 손발을 맞춰 새로운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가장 시급한 단기대책으로 주민대피체계 강화를 꼽았다. 이 때문에 행안부·산림청과 기상청·산림환경과학원·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긴급대책반(TF)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본 방향은 ‘선선제적’ 대처다. 대피체계의 첫번째 과제를 속도에 두기로 한 것이다. 홍종완 행안부 사회재난실장은 “무엇보다 추가로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주민대피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관련 기관들과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 현장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특정 시기뿐만 아니라 연중 발생하는 데다 대형화하고 있는 만큼 전문적인 진화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산림청 특수진화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진화 인력이 지자체 소속인 데다 5~6개월짜리 단기계약직이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농촌 지역 상황 때문에 이들 대부분이 60대 고령자라는 점도 문제다.


산불진화를 목적으로 고용한 인력인데도 임시직이다 보니 경험치가 쌓이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이번 산청산불 때 인솔 공무원 1명과 산불진화대원 3명이 사망한 것도 산불진화훈련 경험이 없고 전문성이 부족해 벌어진 사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현철(호남대 교수)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단순히 진화대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훈련된 전문화된 대원이 있어야 한다”며 “산불 대응체계도 연중 상시대응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산불진화 헬기와 전문진화대원 확충, 임도 확대 등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실제 산림청은 산림청이 산불 전용 헬기 90대 확보 목표를 세운 것은 2017년이다. 하지만 현재 산림청 보유 헬기는 50대, 운용할 수 있는 헬기는 42대뿐이다.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헬기를 구입하려고 해도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대형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 도입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대형 헬기 논의는 예산 배정이 되지 않고 있고, 고정익 항공기 도입은 지난해 예산 80억원을 편성하고도 공군 반대로 무산됐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산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1만ℓ 이상 대용량 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는 초대형 헬기, 고정익 수송기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간진화의 벽도 넘지 못하는 한계다. 산불 진화의 주 전력이 헬기다 보니 대형산불의 야간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대책 중 하나가 드론이다. 산불 감시와 초기진화, 야간진화 등에 활용된다면 진화 전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드론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산불 감시·진화 대응이 가능하다”며 “경북이나 강원 등 산불 다발지역 현장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최세호·곽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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